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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획기사]학생 존중과 신뢰의 결과, 아너코드!! (1탄)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8.10.01 조회수 18708

 

학생 존중과 신뢰의 결과, 아너코드!! (1탄)

-지구환경과학부 이성근 교수를 만나다. -

 

 

홍보기자 이승원(인터뷰)    장유진(인터뷰)  

 

 

이번 인터뷰에서는 학생들에 대한 온전한 신뢰를 바탕으로 독특한 수업과 시험 방식을 지니게 된 자연대의 강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지구환경과학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선배들 통해서든, 직접 자기가 경험해서든 각종 비유로 가득한 이성근 교수님의 수업감독 없이 일주일간 치러지는 시험이 나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자연대 학생들은 이러한 방식이 낯설 텐데요.

 

 

1. 먼저 2015학년도 1학기 자연대 우수강의상을 수상한 ‘지구시스템진화’를 포함, 교수님께서 어떤 수업을 진행하시는지 간단한 소개와 함께 아너 코드(honor code)의 서명을 동봉한 무감독 시험에 대하여 설명 부탁드립니다.

 

한 학기라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어떻게 해야 학생들에게 ‘장기적’으로 큰 도움이 될지 수업/실험조교를 하던 대학원생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고민하던 차에, 현재까지의 수업과정을 자연대학의 구성원들과 같이 공유하고 토의할 수 있게 기회를 준 학생기자분들과 자연대 기획대외협력실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또한 수업에서의 부족함을 항상 인지하고 있는데 이를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려니 부끄럽기도 합니다.

 

저는 현재 지구환경과학부에서 학부전공과목인 ‘지구시스템진화’와 ‘광물과 암석 및 실험’을 강의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수강생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두 과목 모두 중간, 기말고사를 아너 코드를 기반으로 약 일주일간 학생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take-home exam으로 진행합니다. 학생들에게는 가능한 모든 자료(교과서, 기타 참고문헌, 논문, 웹 정보 등)를 이용하여 주어진 문제들을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됩니다.

 

 

 

2. 일주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치러지는 시험이라면 평가방식 또한 다른 시험과 차이를 보일 것 같은데요. 일주일간 작성된 답안이 어떠한 기준과 방식으로 평가되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중간, 기말고사 문제의 50%정도는 교과서나 강의에서 전달한 지식들을 충분히 학습하였는지 확인하는 문제들이며(모든 정보를 활용하여 스스로 배운 것을 정리하도록 돕기 위해서입니다.), 약 25%정도는 새롭게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다룬 여러 정보들을 융합하여 응용하면 풀 수 있는 일련의 문제들로 구성됩니다. 나머지 25%정도는 한 학기동안 배운 과학적 지식과 수업시간에 던져진 수많은 질문들을 바탕으로 학생 스스로의 논리 확보를 추구하는 문제들로, 이 경우 정답이 있는 것들도 있지만 꼭 답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는 학생들 스스로의 관점에서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문제의 구성에서 보듯이, 시험에서는 한 학기 동안 배운 것을 스스로 정리하고, 그것을 이용하여 다음 단계의 문제들을 푸는 과정을 통하여, 수강생 스스로 과학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즉, 결과보다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의 성장’을 더 중요시하는 시험입니다. 더하여 가능하면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수강생 스스로 희열을 느끼는 기회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사실 매년 비슷한 문제들이 되풀이되어 출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웹을 비롯해 가능한 모든 참고문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만, 이전 수강생들의 답안은 보지 않고, 다음에 수강할 사람들에게도 이 사항을 지키도록 부탁합니다. 본 수업의 take-home exam에서는 학생 스스로 문제를 푸는 ‘과정을 통한 성장’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이전의 수강생들로부터 정보를 구한다면, 결과는 얻을 수 있어도(아마도 노력에 비하여 높은 학점), 과정에서 학생 스스로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질 것입니다. 때문에 이 수업을 거쳤던 거의 모든 학생들도 과정의 중요성이라는 가치를 저와 공유하였습니다.

 

독특하게도 마지막 25%에 해당하는 문제들에서는 학생이 정답과 정반대의 논리를 세웠어도 오히려 보너스 점수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록 학생의 실수와 설익은 지식에 답이 틀렸더라도, 논리적으로 최선을 다하여 설명하려고 하는 열정이 보일 때에는 역시 정답과 거의 비슷한 점수를 줍니다. 예시로 A=B가 일반적인 정답일 때, 수강생이 A=-B라고 작성해도 논리가 단계별로 전개가 되어 있다면 채점에서 가산점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수강생 대부분이 위의 가치를 이해하고, 또한 모든 참고자료를 열람할 수 있으므로, 평가는 이상적으로 노력하는 수강생들은 다 A+의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시작합니다. 학기말이 되면 그 이상적 상태에 도달하는 학생들도 있고, 조금 더 고민하였으면 좋았을 아쉬운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학점보다는 스스로의 만족을 위하여 많은 시간을 들여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노력하는 과정에 수반되어 대부분 만족할 수 있는 결과(학문적 성장)를 얻고, 이러한 노력들이 학생들의 학점에도 반영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시험의 큰 목적 중에는 시험을 통하여 학생들을 평가하기보다는, 학생들이 작성한 답안에서 문제 해결 노력의 과정을 보고, 제가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의 과학적 성장에 도움이 되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저 스스로를 평가하는 것도 있습니다.

 

 

3. 자연대의 과목 중 교수님과 같은 이런 수업, 시험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강의는 굉장히 드문데요. 교수님께서는 언제부터 이런 시험 방식과 수업방식을 계획하셨나요?

 

2004년도 2학기부터 서울대학교에서 강의하기 시작해 아직까지는 학부, 대학원 전공과목 모두 강의실에서 중간, 기말고사를 치르지 않았습니다. 2004년 2학기부터 2005년까지는 구두로만 아너 코드의 의미를 설명하고(제가 생각하는 아너 코드의 의미는 이따가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시험지를 배부하였지만, 2006년도부터 지금처럼 서명을 통해 학생들의 다짐을 서약서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4.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다는 게 쉽지만은 않을 텐데요. 그럼에도 아너 코드를 서약하고 감독 없이 take-home exam 방식을 고수하시는 데에는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더불어 이런 방식을 계획하신 데 계기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많은 교수님들과 마찬가지로, 저의 강의와 평가 방식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저의 가치관들이 자연스럽게 표출된 형태입니다. 더불어 제가 학생일 때 평소 잘 몰랐던 것들(혹은 잘 안다고 스스로 착각했던 것들)을 근본에서부터 환원적(복잡하거나 겉보기에 복잡하게 보이는 것들을 상대적으로 간단하게 설명하는 원칙)으로 가르쳐 주셨던 교수님들께 많은 감흥을 받았고, 이 또한 강의와 시험문제, 평가방식에서 표출됩니다.

 

또한, 앞서 말한 저의 수업과 시험방식은 학생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교수님께서 이렇게 가르쳐주셨으면 좋겠다.’ 혹은 ‘이런 방식으로 시험을 보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것들을 나름대로 모은 결과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학생은 강의실의 수강생을 포함하여 무언가를 배우는 것에 대하여 배고픈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제가 배움에 목말라 있는 경우라, 한때는 박사학위 취득이 가까워지면서 더 이상 공식적으로 수업을 듣지 못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하기도 하였습니다. 때문에 마지막 학기를 제외하고 박사학위과정 5년간 약 34개의 수업을 수강하였습니다.(저의 박사학위모교는 quarter제도로 운영되어 상대적으로 많은 과목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http://hosting03.snu.ac.kr/~sungklee/CLASSES.htm) 이런 경험과 한국과 미국에서 들은 훌륭한 교수님들의 명강의를 토대로 시험과 숙제가 많은 과목들이, 그리고 take-home exam이 실제로는 지식에 배고픈 학생들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짧은 시간(1-2시간)의 시험에서는 학생들이 풀이과정에서 희열을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저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학생들이 답을 찾아가는 풀이과정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현재와 같이 자율적으로 스스로를 감독하며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 take-home exam을 통하는 경우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학생들이 배우는 과정을 중시하는 가치를 이해할 만큼 성숙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강의든 연구든 결과보다는 과정에 더 집중하고, 이 과정을 저의 주변분들(학생을 비롯한 구성원, 연구원, 교수님 등)과 공유하고 투명하게 하는 것이 주변 분들을 최대한 존중하는 저의 방법입니다. 아너 코드와 take-home exam은 이처럼 학생들에 대한 신뢰와 과정의 공유가 곧 타인에 대한 존중이라는 저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시험 방식입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시험에서 학생들이 결과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5. Take-home exam과 아너 코드가 과정을 중시하는 가치관에 기반으로 한다는 것에 대하여 조금 더 자세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비교적 최근에 제가 결과에 집중하기보다는 과정을 기록하고, 공유하기를 바라는 성향이 학내구성원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큰 편이라는 것을 일련의 경험을 통하여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성향이 현재의 강의/평가 방식에 표출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나 교육에서 과정을 중시하는 저의 성향은 필연적으로 저의 말과 글, 행동과 생각이 일치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자세가 사적인 인간관계에서 항상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공적인 자리에서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교육을 업으로 하는 지도자로서, ‘장수하는’ 연구자로서 이는 매우 중요한 덕목입니다. 향후 사회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학생들이 아너 코드를 기반으로 한 1주일 남짓의 take-home exam을 통하여 결과에 상관없이 배우고 생각하는 과정에 더 가치를 두는 것을 경험하며, 비록 비효율적이고 학생들이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하는 과정이더라도 학생들이 이를 투명하게 기록하면서 강하게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다음으로 경험상 한두 시간 안에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는 문제풀기에만 집중하게 되어 과정에서의 기쁨을 느끼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너 코드에 기반한 Take-home exam은 시험을 보는 과정에서 ‘어, 이거 재밌다.’, ‘내가 배우고 있구나.’라고 수강생들이 느낄 수 있는 경우가 조금 더 많을 것입니다. 더불어 학생들이 일주일동안 노력한 과정을 자세하게 기록으로 남기고, 찾아낸 답을 한 학기 동안 같이 공부한 교수에게 보여주고 확인받고 싶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구환경과학을 포함한 자연과학의 다양한 분야들이 각각 독특한 경계를 가지고 있는 것도 맞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유사한 과학적 언어들이 각 분야의 범위(시간, 길이 단위 등)에 맞게 표출된 것이기도 합니다. 이런 유사성의 발견 또한 학생으로서, 자연과학도로서 매우 큰 기쁨입니다. 상대적으로 생각할 시간이 긴 자율적인 시험방식을 통하여 학생들이 다양한 자연과학분야(한 예로 물리와 지구과학)에서 공통적인 언어로 표현될 수 있는 현상을 이해하게 되고, 이로부터 기쁨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시험과 숙제가 많은 경우 확률적으로 좋은 배움이 되는 과목들이 많았던 저의 경험에 기인하여, 학생들에게 항상 미안한 점이지만, 수업 과정에서 학생들이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느끼기를 의도하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이러한 스트레스에 적응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성장한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6. 아너 코드만을 믿고 감독 없이 시험을 치르는 것은 학생들에 대한 매우 큰 신뢰처럼 보이는데요. 이처럼 굉장한 신뢰를 보일 수 있었던 교수님의 생각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수업, 시험, 평가방식은 역시 제가 학생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드러냅니다. 저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조금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성과만을 바라는 사람들이 아니라, 다소 늦더라도 과정을 중시하며,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본인의 발전 과정을 기록하는 것의 가치를 이해하는 강직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독이 없어도 정직하게 시험에 임하겠다는 생각을 아너 코드라는 말과 글로 남기고, 이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결과보다도 과정을 중시할 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학생들 역시 과정의 중요성을 공유한다고 신뢰합니다. 이러한 신뢰가 학생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평가방법과 만난 것이 아마도 저희 수업에서 실행되는 아너 코드에 기반한 take-home exam으로 생각합니다. 즉, 이 시험 형태의 기본전제는 시험 보는 학생들에 대한 저의(혹은 강의자의) 최대한의 존중입니다.

 

위와 같은 신뢰와 존중에는 학생들이 수동적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과정을 책임지고 기록하여 공유하고, 이 과정을 통하여 스스로를 능동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성숙함 또한 전제로 깔려 있습니다. 때문에 존중의 이면에는 학생의 책임(스스로 존중받을 만큼 강직하고, 과정을 기록하고 공유할)이 따릅니다. 저의 수업을 수강하는 훌륭한 학생들은 앞으로 삶에서 여러 가치관에 따라 결정을 하게 될 텐데, 이때 자기 스스로의 능동적인 평가와 타인에 의한 수동적인 평가 사이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되기를 바랍니다. 현실사회에서는 조금 불편하고 비효율적이지만 과정을 공개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아니면 현재의 단기적인 성공과 결과에 집중하는가의 사이에서 여러 유혹들이 있어서 결정이 어려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적어도 우리 수업에서는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비효율적지만 본질적이고, 불편하지만 스스로 더 발전하는 과정의 가치를 체험하길 기대합니다.

 

 

7. 사실 연초에 지구환경과학부에서 만든 과목 소개에서는 교수님의 두 과목 모두 난이도와 과제의 양에서 별 다섯 개를 받았는데요. 그럼에도 알찬 내용으로 지질학을 공부하고자 한다면 수강을 권하는 과목이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보다 직접적으로 많은 평가를 접하신 교수님께서 이런 수업과 시험 방식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는 어떤지, 자세히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근에서야 깨달은 것이지만 학생들을 포함한 서울대학교 구성원들의 가치관이 매우 다양하여,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 한 ‘존중과 책임에 대한 가치’, ‘과정을 즐기는 자세’, ‘자연과학의 다양성과 지구환경과학’ 등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한 학생들은 수업에서 매우 큰 기쁨을 느끼는데, 크게 고민해보지 않은 경우에는 매우 생소하고, 부담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다양한 수강생들의 스펙트럼에서 예상되듯이 다양한 의견이 수강생 강의평가를 통해 개진되었습니다. 학생들의 의견을 뉴스레터에 공개해도 되는지 학생 모두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아 정확한 문구를 인용할 수는 없습니다만, ‘학생들이 대학에서 기대하는 이상적인 수업에 가깝다.’는 의견, ‘배우는 것이 많고, 능동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많다.’는 의견들이 많으며, 반대로 ‘시험과 강의내용의 양이 지나치게 많고 난이도가 높다’ 그리고 ‘통년과목(2개 학기 강의)으로의 개편을 바란다.’는 의견도 많이 있었습니다.

 

 

8. 사실 수업을 들은 학생들과 개인적으로 나누었던 말과 교수님께서 방금 하신 말씀이 꽤 흡사합니다. 힘들지만 그만큼 스스로 느끼고 배우는 것이 굉장히 많은 수업이라고요.

 

다행입니다. 오래 전에 조교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하나 하려 합니다. 요즘의 단체 카톡방 같은 웹 공간에 과거 어떤 학생이 제가 강의하는 과목의 족보 등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고 합니다. 그때 같은 과목을 들은 다른 학생이 이 과목은 학생들이 스스로 고민하여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였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사실 아너 코드와 같은 이상적인 약속이 변질되지 않고 지속된 데에는 수강생들이 이 가치를 공유하고 보호해주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제가 강의하는 과목들이 지금과 같은 형태로 계속 유지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수업의 가치관을 이해하여 주고, 스스로 성장하여 준 모든 수강생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9. 교수님께서 아너 코드로 보이신 신뢰에 학생들이 응답한 셈이네요. 그렇다면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아너 코드의 의미를 간단히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아너 코드의 의미는, 학생 스스로의 정신적 강인함과 정직함에 대한 다짐입니다. 타인의 강요의 의한 타율적 ‘서약’의 의미보다는, ‘부정하게 결과를 획득하는 쉬운 길을 가지 않고, 학생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과정을 중시하며, 이 정직한 과정을 통하여 배우고 성장하겠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약속입니다. 더하여, ‘본인의 능력과 노력을 스스로 정직하게 평가하고, 그 과정을 한 학기 동안 강의한 교수와 공유한다.’라는 해석도 포함합니다.

 

정리하자면 아너 코드는 학생 스스로 쉬운 길을 가지 않고,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며, 이 정직한 과정을 통하여 배우고 성장하겠다는 성숙한 강직함(integrity)을 스스로에게 하는 약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0. 마지막으로 아너 코드 서약이 있는 이런 강의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과, 앞으로 교수님의 강의를 수강할 학생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자연과학을 업으로 즐기고 있는 사람으로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전술한 바와 같이,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제가 생각하는 대로 말하고, 그것을 글로 작성하며, 글과 일치한 행동을 하는 것에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강직함을 유지하는 것을 수업과 시험과정을 겪으며 공유하기를 기대합니다.

 

물론 이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저의 생각이 모두에게 적용될 수도 없고, 또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신념을 공유하더라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이를 견지하지 못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적어도 한 학기 동안 제 강의를 들으며, 과목에서의 생존(survival)을 위하여 학기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중시하고, 가치(spirit)를 이해하고 보존하며, 문제를 숨기지 않고 해결하려 노력하는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치며,

기자분들과의 토의과정을 통하여, 제가 진행하였던 수업, 평가방식, 아너 코드에 대하여 스스로 더 정리되는 기회가 되었어요. 그리고 수업에 대하여 말씀드리다가 문제점도 더 알게 되었어요. 아마도 다음 학기에는 조금 더 개선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더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알려주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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