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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최신 학술 이벤트] 블랙홀 관측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9.08.26 조회수 9621

블랙홀 관측

 

 

물리천문학부 우승범 기자

 

1. 인류 최초의 블랙홀 사진

 

 2019년 4월 10일 저녁, 물리천문학과 카카오톡 단체방에 흥미로운 소식이 올라왔다. 인류 최초의 블랙홀 사진이 공개 발표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천문학과 동기 한 명은 실시간 발표를 라이브로 전하는 사이트를 올렸고, 물리학과 동기 한 명은 사진의 배경이 되는 물리 이론을 설명하는 유튜브 영상을 올렸다. 물리학과와 천문학과를 막론하고, 모두의 관심을 끄는 소식이었다. 감성이 발달한 나의 동기 한 명은 그 발표를 보고 다음과 같은 멘트를 했다.

 

그림 1 M87 중심 블랙홀 (인류 최초)

 

 

“오랜만에 내 안의 작은 아이가, 물리를 외치는구나”

 

 

손발이 오그라드는 멘트였지만, 사실 그날 밤 우리는 모두 그 감정을 느끼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책을 통해 이미 블랙홀이라는 물체에 대한 지식은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직접 보고 나서야 ‘믿음’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았다. 전문가들도 블랙홀 관측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천문 물리학자 제나 레빈은 다음과 같이 반응했다. “여러분 5500만 광년 떨어진 M87 은하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의 사진입니다. 멋집니다 멋져요”

 

 

이번 블랙홀 사진은 여러 국가의 연구팀들의 합작이다. 하와이와 남극을 포함한 지구 곳곳에 퍼진 망원경들을 동시다발적으로 M87에 향하도록 하여, 며칠간의 촬영을 통해 5 페타바이트(1 페타바이트는 1000 테라바이트에 해당한다) 분량의 데이터를 수집하였다. 이후 여러 연구팀의 합작 노력을 통해 이를 사진으로 변환한 것이 최종 사진이다. 그간 연구 과정을 주제별로 다룬 6개의 논문이 같이 발표되었는데, 각각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1. 연구 내용 간략한 소개 (The Shadow of the Supermassive Black Hole)

2. 기구 및 데이터 수집 방식 (Array and Instrumentation)

3. 데이터 분석법과 보정 (Data Processing and Calibration)

4. 이미지화 (Imaging the Central Supermassive Black Hole)

5. 비대칭적 고리 모양의 물리적 기원 (Physical Origin of the Asymmetric Ring)

6. 블랙홀의 그림자와 질량 (The Shadow and Mass of the Central Black Hole)

 

이 논문들은 각각 길이가 50쪽 정도가 되는 장문의 논문이다. 하나의 블랙홀 사진을 뒤에는 여러 이론들과 실험들, 분석들을 포함한 기나긴 이야기가 있었던 것이다. 이 기사에서는 그 이야기를 간략하게나마 설명해보고자 한다.

 

 

2. 숨겨진 이야기: 사진 만들기(천문)

 

블랙홀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event horizon)에서 발생하는 빛을 관측해야한다. 이때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첫 번째, 대부분의 빛이 사건 지평선을 둘러싼 고에너지 영역을 통과하지 못한다는 점과 두 번째, 블랙홀이 멀어서 겉보기 각도가 작다는 점이 있다. 따라서 이야기의 시작은 이 두 문제를 해결한 EHT(Event Horizon Telescope)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림 2 전 세계에 퍼져있는 EHT 관측소

 

EHT는 지구 곳곳에 위치한 8개의 전파망원경 체계를 의미하며,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 동시에 측정할 때 망원경의 실질적 구경이 떨어진 거리만큼 커지는 효과를 이용한다. 따라서 지구만한 망원경을 갖게 되는 셈이다. 불확정성의 원리에 따르면, 망원경의 구경이 클수록, 물체를 구분할 수 있는 최소 각도 ‘분해능’이 작아진다. 블랙홀만큼 겉보기 각도가 작은 물체를 관측하기 위해서는, 지구와 비슷한 크기의 망원경이 필요했다고 한다.

 

EHT는 맑은 날씨가 최적이었던 2017년 4월 5, 6, 10, 11일 4일간 블랙홀을 관측했다. 관측은 ‘스캔’ 단위로 이루어졌고, 각각의 스캔은 3에서 7분 동안 측정하였고, 하룻밤 사이 7에서 25번 스캔을 진행했다. 각 스캔을 통해 얻는 데이터는 전혀 정리되지 않은 데이터이다. 관측소, 위치, 전파세기 데이터가 표에 숫자로 적혀 있을 뿐이므로 이제 이를 한 장의 그림으로 변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림  2 각 팀에서 독립적으로 제작한 블랙홀 사진

 

 

블랙홀 사건 지평선 관측의 선행 연구가 없으며, EHT 또한 첫 번째 관측이었으므로, 데이터 분석하는 과정에서 작은 편견들에 의해 잘못된 분석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작은 편견들이 축적되어서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을 ‘집단 편견’이라고 부른다. EHT 데이터 분석의 첫 단계에서 이런 집단 편견을 최소화하기 위해 4개의 독립적인 팀을 꾸려서 7주간의 시간동안 각각 다른 분석법을 이용해 블랙홀을 이미지화하도록 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집단 편견의 가능성을 줄이고, 독립적인 이미지들이 가지는 공통점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하였다.

 

블랙홀을 이미지화 하는 과정 중, 여러 개의 ‘이미지 변수’를 정해주어야 한다. 보통 이런 과정에서 전문가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결정하는데, 이번 실험은 이러한 주관성을 최대한 배제하려 노력하였다. EHT 데이터 분석의 두 번째 단계에서는 간단한 가상의 블랙홀을 이미지화 했을 때, 이미지화 변수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 이미지를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최적의 이미지 변수 설정을 구하려고 하였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드디어 블랙홀을 이미지화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그림 4 블랙홀 이미지

 

 그림 4를 살펴보면, 블랙홀 사진을 통해 얻었던 대표적 정보들이 표시되어 있다. 분석 방식에 따라 수치들이 조금씩 변하였지만, 대체로 일치하였다. d는 중심 원의 지름으로 44로 거의 일정했다. 다음으로 블랙홀의 이미지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가운데 원형 그림자를 밝은 고리가 둘러싸고 있는 모양이며, 고리의 남쪽이 더 밝은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런 이미지를 얻는 것까지가 이야기의 절반이다. 나머지 절반은 블랙홀 사진 속 물리를 살펴보는 데에 있다.

 

 

3. 숨겨진 이야기: 사진 분석하기(물리)

 

그림 5 블랙홀의 구성

 

 

 블랙홀의 주변에는 ‘사건 지평선’이라는 구가 생긴다. 사건 지평선이란,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는 한계 지점을 뜻하는데, 사건 지평선 내부를 볼 수 있는 방법은 현재까지 없다. 다행이 사건 지평선 밖의 영역에 ‘강착원반’이라는 고리가 존재하여, 이를 통해서 블랙홀을 관측할 수 있다. 강착원반은 토성의 고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고온의 먼지와 가스가 블랙홀 주변을 빠르게 회전하고 있는 것이다. 강착원반과 사건 지평선 사이에 빈 공간이 있는데, 그 이유는 강착원반에 ‘한계 반경’이 있어서 그 내부로 들어간 물질은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때 유일하게 빛이 한계 반경 안에서 안정적인 궤도를 가지며, 이를 ‘빛 궤도’라고 부른다.

 

 

블랙홀을 지구에서 바라볼 때, 강착원반은 기울어져 있다. 강착원반 중 지구 방향의 원반에서는 빛이 그대로 지구로 전해진다. 하지만 블랙홀에 의해 가려진 뒤쪽의 경우, 강한 중력에 의해 그대로 직진하지 못하고, 블랙홀의 위 아래로 휘어서 지구에 도달하게 된다. 결국 관측자 입장에서는 강착원반의 앞면과 뒷면을 동시에 모두 볼 수 있는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 등장한 블랙홀도 이러한 이론에 따라 이미지화된 것이다.

 

 

그림 6 블랙홀 관측                                                                            그림 7 영화 인터스텔라에 등장한 블랙홀

 

 

마지막으로 짚을 점이 하나 남아있다. M87 블랙홀에서는 남쪽이 밝게 빛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것은 ‘상대론적 분사출’에 따른 현상인데, 쉽게 생각하면 도플러 효과와 같은 원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강착원반 중 지구 방향을 향해 회전하고 있는 부분이 그렇지 않은 부분보다 더 밝게 빛난다고 한다.

 

 

4. 필자 의견

필자는 이번 M87 블랙홀 연구진에서 발표한 6개의 논문을 보고 그 규모에 놀랐다. 논문을 읽어보며,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 규모만큼은 피부에 와 닿았다. 앞에서는 블랙 사진 제작과정을 간소화하여 설명했는데, 실제로는 세계 각국에서 참여한 수백 명의 연구원들의 합작을 통해 수십 개의 논의를 진행한 결과, 사진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필자는 이번 학기에 중급물리실험 과목을 수강하였는데, 덕분에 데이터 분석의 난해함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 실험을 마친 후에 데이터를 종합하여 결과(그래프, 사진 등)를 제작하는 과정이 오래 걸리며, 결과를 살펴보면서 그때서야 실험에 문제가 있었음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어릴 적, 화성이나 목성과 같은 행성들의 사진을 보면서 과학자의 꿈을 키웠던 기억이 난다. 커서 보니, 그 사진 뒤에는 방대한 배경이 숨어있었다. 여러분도 빛나는 사진 한 장을 얻고 싶다면, 어려운 내용을 많이 공부해야 할 것입니다. 저와 함께 그 과정을 즐겨봅시다.

 

 

참고자료

Akiyama, K., A. Alberdi, W. Alef, R. Asada, A-K Azulay, D. Baczko and ... ... "First M87 Event Horizon Telescope Results. I. The Shadow of the Supermassive Black Hole." 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2019): 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 875 , Article L1. (2019). Web.

Akiyama, K., A. Alberdi, W. Alef, R. Asada, A-K Azulay, D. Baczko and ... ... "First M87 Event Horizon Telescope Results. II. Array and Instrumentation." 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2019): 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 875 , Article L2. (2019). Web.

Akiyama, K., Brinkerink, C.D., Bronzwaer, T.J.W., Davelaar, J.R.J., Falcke, H., Fraga-Encinas, R., Goddi, C., Issaoun, S., Janssen, M., Moscibrodzka, M.A., Müller, C., Roelofs, F.J., Tilanus, R.P.J., Rossum, D.R. Van, Young, A., and Zhao, S. "First M87 Event Horizon Telescope Results. IV. Imaging the Central Supermassive Black Hol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875 (2019): 1-52. Web.

How to Understand the Image of a Black Hole, Veritasium https://www.youtube.com/watch?v=zUyH3XhpLTo

그림 1,3,4 "First M87 Event Horizon Telescope Results. IV. Imaging the Central Supermassive Black Hol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875 (2019): 1-52. Web.

그림 2 "First M87 Event Horizon Telescope Results. II. Array and Instrumentation." 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2019): 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 875 , Article L2. (2019). Web.

그림 7 https://www.nytimes.com/2019/04/10/movies/black-hole-movies-streaming.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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