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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년사] 자연과학대학장 김성근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7.01.12 조회수 7662

 

새해 첫 인사를 뉴스레터를 통해 드립니다. 저는 지금 일본의 이화학연구소에서 워크샵을 끝내고 저녁의 포스터 세션을 기다리며 짬을 내어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어제는 공항에 내려 바로 동경대에 갔었는데 그 동안 여러 번 들렀지만 제가 28년 전에 처음 방문했던 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보며 일본의 안정성과 한국의 역동성을 비교하게 됩니다.

 

자연(Nature)은 변하지 않지만 과학(Science)은 변한다는 말은 그 이름을 가진 저널들에 적용되는 말은 물론 아니며, 아마 자연과학 연구에는 안정성과 역동성이 동시에 요구됨을 나타내는 말일 것이라고 나름대로 해석합니다. 무한한 신비를 가진 자연을 유한한 인간이 깨우쳐 나가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 그리고 자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많은 선진국의 정부는 자연과학 연구에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역대 정부는 과학기술의 의미를 경제개발의 관점에서 주로 보아왔기 때문에 아직도 우리의 과학기반은 항상 흔들리고 취약하기 그지 없습니다. 수학의 난제를 해결하고 중력파를 측정하는 것이 왜 사회적 효용가치가 있는지, 어떤 경제적 효과를 발휘할 것인지 늘 과학자가 정부에 설명해야 한다면 아직 우리나라는 세계를 이끌 수준에 와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과학은 늘 진화를 거듭합니다. 자연은 불변이지만 그 자연에 대한 인간의 관심과 관점은 계속 변해 왔으며 현재도 과학은 변하고 있는 중입니다. 한달 전에 우리 자연대를 방문하기도 했던 미국 National Science Board 의장을 역임한 Stanford 대학교의 Dick Zare 교수가 아주 오래 전에 연설을 통해, 그리고 제게 개인적으로 피력했던 말을 기억합니다. 과거에 대학의 중요과목이었던 수사학이나 지리학이 거의 소멸된 것처럼 과학도 앞으로 어떤 변화를 겪어나갈지 과학자들은 늘 고민하고 혁파적 쇄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었습니다. 과학의 위대한 발견을 위해서는 오랫동안 한 우물을 파야 한다는 당연한 주장을 약간만 옆으로 비틀면 태만한 과학자에게 아주 좋은 핑계가 될 수도 있음을 보게 됩니다. 연구주제가 진화해 나가지 못하면서 과거의 명성에 안주하는 어느 대가에 대해 “평생에 걸쳐 박사학위를 한다”는 평가를 동료들이 하는 것을 보고 저 자신도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변하는 모습을 억지로라도 찾아보려 애쓰게 됩니다.

 

한 나라의 과학이 발전하려면 정부와 사회는 과학자들이 풀고 싶어하는 문제와 평생 씨름할 수 있도록 안정된 환경을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과학자 자신들의 새로움에 대한 추구와 이를 향한 역동적 자세입니다. 과학은 늘 발견을 지향하고 발견은 항상 새로운 것이기에 과학과 새로움은 뗄래야 뗄 수 없습니다. 2017년 새해에는 우리 자연대에서 어떤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올지, 어떤 새로운 교육모델이 정립될지 기대해 봅니다. 세계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연구가 이제는 우리 자연대에서 싹을 피울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기에 새로운 발견의 꽃망울들이 관악의 봄을 형형색색으로 장식하는 봄꽃들처럼 만개하기를 꿈꿔 봅니다.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장 김성근

2017년  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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