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임교수 인터뷰] 생명과학부 장혜식 교수님을 소개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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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9.03.26 | 조회수 | 18923 |
안녕하세요, 자연과학대학 학생홍보기자단 장유진입니다.
인터뷰에 앞서 자연대의 새로운 교수님으로 2019년 3월 1일자로 오시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1. 새로이 부임하신 만큼, 아직 교수님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 학생들을 위해 본인을 간단히 소개해 주시길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2019년 3월부터 자연대에서 조교수로 일하게 된 장혜식입니다.
저는 주로 컴퓨터를 써서 생물학을 연구하는 계산생물학자입니다. 숫자와 데이터를 무척 사랑하고, 생물학 중에서도 특히 분자 수준의 작은 생물학에 관심이 많습니다.
처음부터 생물학에 푹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데요, 학부는 연세대학교 기계전자공학부에서 컴퓨터과학과 산업공학을 전공했어요. 학부 시절에 세계적으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붐이 일어서 이런저런 프로젝트에서 활동하다가 프로그래밍 언어 파이썬(Python)과 유닉스 운영체제 FreeBSD 프로젝트에서 커미터로 개발에 참여했어요. 파이썬에서는 유닉스 플랫폼용 컴파일 환경과 이식성 향상 부분, 동아시아 5개 국가표준(한국, 중국, 일본, 대만, 홍콩)의 문자 체계 지원을 맡았었어요. 제가 그때 만들었던 코드들이 아직도 애플의 macOS 노트북이나 iOS 기반 전화기들, 리눅스를 사용하는 데스크탑과 서버들에서 약 2메가바이트 정도씩 차지하고 있답니다!
그 뒤론,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에서 석사과정으로 생물정보학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박사과정 중엔 주로 RNA와 단백질의 결합 특성과 mRNA 꼬리에 관한 연구를 했어요. mRNA 꼬리는 보통 쓰는 DNA 대량서열분석기(high-throughput DNA sequencer)로는 분석하기가 어려워요. 서열분석기가 신호를 분석하는 방법을 개조해서 분석한 결과, mRNA 꼬리에 대한 재미있는 사실들을 꽤 많이 발견할 수 있었어요.
졸업 후엔 연구조교수로 mRNA 꼬리에 대한 또 다른 일들을 계속했습니다. 세포 수준에서만 보던 걸 개체 수준으로 올려서, 물고기와 개구리의 배아에서 mRNA 꼬리로 발달 단계가 조절되는 현상도 재미있게 관찰했고요. 지금은 기존에 썼던 2세대 서열분석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3세대 서열분석기를 RNA 연구에 도입하기 위한 여러 기반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든 도구들을 세계의 여러 연구그룹에서 도입해 신기한 생물학적 현상들을 보고하는 걸 보면 정말 신나고 재미있어요. 물론, 새로 만든 기술을 공개하기 전에 먼저 제일 재미있을 것 같은 생물학적 모델 시스템에 적용해서 연구해 볼 때는 더욱 재미있고요.
2. 이제 서울대학교에서 새로이 연구실을 꾸려나가시게 되셨습니다. 교수님의 연구 분야와 앞으로 이곳에서 펼쳐나가실 연구 계획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새 연구실에서는 대규모 실험방법들을 새로 개발하고 적용해서, 수많은 유전자와 RNA의 서로 같거나 다른 조절 현상들을 조정하는 규칙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초기 1-2년간은 3세대 핵산 서열분석기인 나노포어 시퀀서를 이용한 전사 후 조절 연구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나노포어 시퀀서에서는 지름 1nm 정도의 아주 작은 구멍이 난 단백질을 얇은 막 사이에 끼운 뒤에, DNA나 RNA를 구멍 사이로 통과시키면서 염기 부분 때문에 꾸준히 변하는 전류를 측정합니다. DNA와 RNA를 이루는 A, C, G, T, U는 크기도 다르고 전자 분포도 다르므로 의외로 작은 구멍을 막으면서 미묘하게 전류량에 차이가 나게 돼요. 이걸 오랫동안 기록하면 지진계에서 보는 것 같은 지글지글한 신호를 엄청 많이 얻을 수 있는데요. 이걸 정말 잘 분석하면 DNA와 RNA에 대해서 예전에는 몰랐던 많은 것들을 밝혀낼 수 있답니다. 바로 화학적으로 변형된 염기가 특이한 신호를 만들어 내기도 하는 것 때문인데요. 세포 안에 원래 있는 화학적 수식(chemical modification)이나 실험을 위해서 외부에서 붙여주는 표지들까지도 DNA와 RNA 서열 사이에 숨길 수 있으므로 활용할 수 있는 곳이 무궁무진해요.
제가 특히 관심이 있는 부분은 RNA의 3′ 끝에 있는 폴리A 꼬리와 반대쪽 끝에 있는 캡인데요. 이 부분들과 RNA의 안쪽 구조들을 한꺼번에 보기가 어려워서 그동안 RNA가 핵 안에서 세포질로 나오거나, 세포질에서도 P바디 같은 특이한 곳에 보관돼 있을 때, 일을 다 하고 분해될 때 양쪽 끝이 정확히 어떤 순서로 어떻게 분해되는지 구체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어요. 이 부분을 한 번 집중적으로 조사해 볼 생각이고요. 이 과정에서 RNA가 만나는 단백질들이 수도 없이 많은데, 어떤 RNA가 살면서 어떤 단백질들을 어떻게 만나고 다녀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서 자세히 조사해 보려고 해요.
3. 지금은 교수님으로서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주시지만, 한때는 교수님께서도 학부생이셨고 대학원생이셨을 겁니다. 당시의 교수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교수님의 대학 생활이 궁금합니다.
저는 학생운동의 기세가 꺾인 직후, 닷컴버블(인터넷 분야가 성장하며 IT 등 관련 분야의 기업이 급격히 성장하던 시기)이 마구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던 때에 공대에서 학부를 다녔는데요. 대부분의 제 또래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학부 시절엔 학교 공부엔 전혀 관심이 없고, 주로 과외 활동이나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로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을 주로 많이 했어요. 당시엔 IT산업이 제대로 커지기 전이라서, 학부생들도 웬만한 IT 회사 개발자들과 실력 차이가 별로 없었거든요. 덕분에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에 참여해서 여러 나라에 퍼져있는 실력자들과 같이 일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학교 성적은 형편없었지만…….
혹시 20년 전에 SBS에서 했던 “카이스트”라는 드라마 보셨을지 모르겠어요. 지금 학부생인 분들은 태어나기도 전일 수도 있긴 한데……. 그 드라마에 나왔던 곳과 비슷한 로봇제작 동아리에서 학부 시절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공강 시간마다 옥탑에 있는 동아리 방에 올라가서 기판 납땜도 하고 기계공작도 하고 코딩도 하고 정말 신나게 놀았어요. 이렇게 말하면 정말 geek(특별히 열정적인 사람, 특정 분야에 대한 강한 지적 열정을 가지는 사람) 같은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건 기분 탓입니다.
4. 현재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는 제각기 꿈을 품고 온 많은 학생이 재학 중입니다. 하지만 대학 생활을 하며 보다 구체적인 미래 등 다시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교수님께서도 이처럼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으셨는지, 있으셨다면 어떠한 진로를 꿈꾸셨고 어떻게 지금과 같은 교수의 길을 걷게 되셨나요?
대체복무로 산업기능요원을 하고 있을 때 출퇴근길이 정말 길었는데요. 매일 신촌에서 양재동까지 왕복 2시간 30분 정도를 버스를 타고 다니다 보니 너무 심심해서 버스 맨 뒷자리에서 늘 오며가며 책을 읽었어요. 그때 읽었던 것 중에 Francis Fukuyama의 “Our Posthuman Future”라는 책이 있었는데요. 읽다 보니 생명공학의 발전이 갑자기 너무 두려워졌어요. 당시에 저는 생물학을 말 그대로 하나도 몰랐는데, 어느 날 미래엔 분명히 인간복제가 현실화하고, 생물학적 무기가 개발되고, 엄청나게 비싸서 가난하면 쓰지도 못할 신약과 치료법이 개발될 것을 생각하니 생물학을 모르면 무척 곤란한 일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초등학생 때 컴퓨터가 너무 신기해서 내부 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싶어서 뜯어보기도 하고, 기계어와 컴퓨터 아키텍처에 관한 책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서 읽기도 했었는데, 정작 평생 매일 써 왔던 기계인 생물을 하나도 모른다는 게 별안간 너무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군 휴학이 끝나자마자 당장 생물학과 수업들을 열심히 듣고, 결국 대학원에서는 생물정보학과 생명과학을 전공하게 되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이제 나쁜 생물학적 테러범이 나타나면 최소한 뭘 하는지는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조금은 안심이에요. 하하.
5. 개강하고 약 한 달 정도가 지났습니다. 그동안 캠퍼스 내에서든, 강의실에서든 여러 학생을 마주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교수님께서 보신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모습은 어떠하였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대학원 과정만 있는 생물정보학 협동과정을 전임으로 하고 있어서 학부생 여러분을 만날 일이 좀처럼 없는데요, 간혹 인턴으로 오거나 대학원 과정으로 지원해 주시는 학부생들을 만날 때마다 깜짝 놀라고 있습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고 통찰력을 기르고, 열정적으로 도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너무 상투적인 말 같지만, 진심입니다.
6. 지금까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오랫동안 배우고 공부하고 훈련받는 과정에 있어온 여러분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회의감,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매일 이런 질문을 해 보세요. 재미있는가? 나는 어제보다 자랐는가? 더 즐길 방법이 있는가? 내 일, 또는 공부를 지루하거나 불안하지 않게 만들 방법이 있는가? 나는 매일 만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있는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면 배우는 과정을 지속 가능하도록 만드는 일에도 충분히 투자하는 것, 꼭 잊지 마세요!
[장혜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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