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뉴스레터를 다시 시작하면서] 기획부학장 장원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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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8.03.12 | 조회수 | 8580 |
# 뉴스레터를 다시 시작하며..
2년전 야심차게 시작되었던 자연과학 e-뉴스레터가 약 15개월간 중단되었다가 다시 발간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저는 다른 교수들, 학생들처럼 너무나 빠르게 지나가 버린 겨울 방학을 아쉬워하며 연구실에서 밀린 일을 하다 잠깐 시간을 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번 학기는 오랜만에 신입생 교양과목 강의를 맡게 되었습니다. 신입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젊음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대학교수만의 특권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학교수에게 주어진 전문가로서 직함이 도전받고 있는 현실은 꼭 요즘만의 현상이 아니겠지만 “검색엔진”으로 무장한 유사전문가의 도전은 새삼 전문가로서 과학자의 역할을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센서스 결과의 보정에 관한 뜨거운 논쟁이 있었습니다. 인구의 상당부분은 차지하는 minority에 관한 센서스 결과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통계적 방법을 이용해서 보정하자는 주장과 보정할 경우 더 심각한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그대로 사용하자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는데 보정을 할 경우 minority 숫자가 증가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민주당은 당연히 보정하자는 주장에 동조했고 공화당은 같은 이유로 반대편에 섰습니다. 이 문제는 미 대법원까지 올라갔고 공화당과 민주당은 해당 분야의 저명한 교수들을 전문가로 법정에 초빙했습니다. 여기서 공화당 초청 전문가인 교수가 "본인은 민주당을 지지하며, 학문적 견해에 대해서는 정파를 초월해서 자기 소신을 밝혀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이 인상이 깊었습니다. 어쩌면 전문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한 사례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2003년까지 인류가 만들어 낸 자료의 크기가 5 exabytes정도인데 요즘은 이틀에 한번꼴로 이 정도 자료가 쏟아지고 뉴욕타임즈가 하루에 싣는 정보의 양이 17세기 영국의 평범한 사람이 평생 소비하는 정보의 양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정보 과잉의 시대에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기”와 같이 정보의 바다에서 길을 비쳐주는 등대와 같은 전문가의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노벨화학상과 평화상을 수상했던 라이너스 폴링이 비타민 C 과다복용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친 것처럼 어쩌면 우리는 서로의 영역에 대해서는 유사전문가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과학대학의 교수들은 소통과 협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학제간의 연구를 통하여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강의에서 리차드 파인만 교수가 어떻게 상원청문회에서 챌린저호의 폭발원인을 간단한 실험을 통해서 설명했는지 알려줄 때 눈을 반짝이던 학생들이 생각납니다. 이러한 호기심이 자연과학을 새로운 융합학문시대의 주역으로 성장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나아가 교수 한명 한명이 학생들이 길을 잃지 않고 새로운 분야의 주인공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앞길을 밝혀주는 등대가 되어주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