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구분야 소개] 복합나노소자연구실 - 홍승훈 교수님 인터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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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9.10.22 | 조회수 | 21405 |
[연구분야 소개] 복합나노소자연구실 - 홍승훈 교수님 인터뷰
취재 : 자몽 3기 우승범 기자(물리천문학부)
email: seungbum.woo@gmail.com
Q: 먼저 간단하게 연구실과 연구 내용 소개 부탁합니다.
A: 우리 연구실은, 바이오 분자와 나노구조를 결합한 “융합 나노구조”에 대해서 연구를 해요. 여기서 바이오 분자는, 단백질, DNA 등을 예로 들 수 있고, 나노구조는 나노미터스케일을 가지는 구조로서 탄소나노튜브, 나노섬유, 나노입자 등이 있어요.
이렇게 바이오 분자와 나노구조를 결합할 경우, 기존의 소재로서는 구현이 불가능한 새로운 기능성 소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 생물물리 분야의 예를 들자면, 세포막 단백질의 작용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나노섬유 기반의 바이오 측정 소자를 만들 수 있고, 또한, 후각 수용체 단백질과 탄소나노튜브를 결합하여, 인간의 후각과 똑같이 반응하는 “인공 후각 센서”를 만들 수도 있어요.
Q: 교수님의 연구 분야인 생물계 물리가 물리과 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이런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가 따로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대학원에 다니면서, 처음에는 나노구조의 새로운 특성을 이용하여, 기존의 재료로는 구현할 수 없는 새로운 기능성 소자를 만드는 연구를 했었는데, 단백질 등의 바이오 분자를 보니, 단일 분자레벨에서 엄청나게 다양한 기능을 이미 가지고 있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더 나아가 분자레벨을 넘어서서 세포와 조직 등 좀 더 복잡한 바이오 구조에 대해서도 깊이 연구를 하게 됐어요.
Q: 탄소 나노튜브나 나노 섬유 등을 이용하여, 생물 연구를 하면서도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런 소재가 생물과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 설명 부탁합니다.
A: 생명체의 기능은, 개별 단백질 분자 레벨에서 처음으로 구현이 되요. 그 예로서 ATP 합성 단백질, DNA 복제 효소 등을 들 수 있어요. 그런데, 탄소나노튜브나 나노섬유 등의 나노구조는 그 크기가 단백질 분자와 비슷하여, 단일 단백질이 작용하는 신호에 반응을 하거나, 나노스케일에서 개별 단백질의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따라서, 이러한 나노구조와 바이오 분자를 결합할 경우, 개별 바이오 분자의 작용을 읽어들이는 측정소자나, 이 분자의 기능을 조절하는 기기를 만들 수 있게 되요.
한 가지 예를 들자면, 탄소나노튜브에 후각 수용체 단백질을 붙여서 전극에 연결하면, 인간의 코와 똑같이 반응하는 인공후각 센서를 만들 수 있어요. 이 센서에서, 후각 수용체 단백질이 냄새분자와 결합하면 그 모양이 변형되면서 전하상태가 변하는데, 이렇게 전하상태가 변하면 주변 전기장이 변하여, 궁극적으로는 반도체성을 가지는 탄소나노튜브의 전기적 저항값이 변시키게 되요. 따라서, 외부 회로를 이용하여 탄소나노튜브의 저항값을 측정하고 있으면, 후각 수용체가 인간의 콧속에서처럼 하는 작용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게 되요.
Q: 생물계 물리라는 분야가 궁금합니다. 생물계 물리에서는 어떤 주제를 다루는지, 그리고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생물계 물리만의 매력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설명 부탁합니다.
A: X선, MRI, 각종 현미경 등 물리학 연구가 생물계 기초 연구나 응용분야에 적용되는 경우는 매우 다양하나, 많은 기술들은 기초연구가 어느 정도 완성돼서 공학 분야로 넘어가 있어요. 최근에 생물물리 분야에서 많이 하는 주요 연구 주제의 예로는, “단분자 생물물리”와 “정량적 생물물리”를 들 수 있어요.
먼저, “단분자 생물물리”분야에서는, 단백질 등의 바이오 분자의 작용을 단분자 레벨로 측정 분석하는 연구를 해요. 예를 들어, 단분자 광학, 초고감도 광학현미경, optical tweezer 등의 측정 기술을 이용하여, 단백질이나 DNA 등의 작용을 단분자레벨에서 실시간으로 측정 분석하는 연구를 하고 있어요.
다른 한편으로, “정량적 생물물리” 분야의 경우, 살아있는 세포 내에서 바이오 분자의 작용을 ‘정량적’으로 모델링하려는 연구예요. 바이오 분자의 작용에 대한 연구는, 바이오 분자만 따로 추출한 용액 상태에서는 정량적인 분석이 많이 되었으나, 살아있는 세포내에서는 바이오 분자의 작용이 ‘정성적’으로만 설명이 되어 있어서 생명현상을 이해하는데 한계를 보여주고 있어요. 예를 들어, 같은 DNA를 가진 세포라도, 주변 환경에 따라 다른 gene이 발현이 되서 다른 특성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를 이해하려면 세포내 환경에 따라서 단백질의 작용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정량적으로 알 수 있어야해요. 하지만, 현재까지 세포 내 분자작용의 연구는 정성적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정량적인 분석이 매우 어려웠어요. 따라서, “정량적 생물물리” 분야에서는, 물리학의 측정과 모델링 기술을 이용하여, 세포내 작용을 정량적으로 모델링하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Q: 현재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는 제각기 꿈을 품고 온 많은 학생들이 재학 중입니다. 하지만 대학 생활을 하며 보다 구체적인 미래 등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교수님께서도 이처럼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으셨는지, 있으셨다면 어떠한 진로를 꿈꾸셨고 어떻게 지금과 같은 교수의 길을 걷게 되셨나요?
A: 안정된 직장을 가지기 전까지는, 진로에 대한 고민을 누구나 많이 하게 되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어요. 사실 내 경우에는, 진로에 대해 깊이 고민해서, 그 결과로 목표를 확실히 정해서 현재의 길을 선택했다기보다는, 그냥 연구를 열심히 하다 보니, 현재 교수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따라서, 내가 진로를 정한 과정은, 현재 고민을 하는 학생들한테는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네요.
대신, 이렇게 비효율적인 고민과 시행착오를 많이 해본 사람으로서, 학생들이 진로를 정하는 고민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나는 대로 얘기해볼게요.
먼저, 학생들이 진로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항을 크게 나누자면,
1) 어떤 직업이 나한테 가장 맞고 내가 좋아할 수 있는지와
2) 이러한 직업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 지로 나눌 수 있겠지요.
1)번의 고민에 대해서는, 각각의 직업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매우 구체적인 정보 수집을 하는 것을 권해주고 싶어요. 예를 들어, 그러한 인력을 뽑는 곳이 어떤 곳이 있으며, 연봉이 어느 정도이고, 하는 일에 대해서 얼마나 자율성이 있고, 정년은 몇 살까지인지 등등. 이러한 정보를 모아놓고 보면, 본인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느낌이 오기 시작할 거예요.
2)번 고민에 대해서는, ‘학과 교수님’들이나 ‘그 직업을 갖고 계신 분’들과 얘기를 해보는 것을 적극 권장해요. 내가 그동안 학생들과 면담을 하면서 느낀 점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교수님이나 사회에 나가 있는 분들과 면담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주변의 친구나 선배와 잘못된 정보만을 반복적으로 공유하여, 2)번 문제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단순히 학점을 잘 받는다던가, 특정과목을 잘하면 원하는 직업을 얻을 수 있다고 착각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원하는 직업을 갖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아예 없다고 알고 있는 경우도 많아요. 반면, 교수직의 예를 들자면, 최근 채용 과정에서 학점은 주요 고려사항이 아니고 연구 논문 업적을 위주로 선발을 하며,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논문을 몇 편을 발표해야하는지가 어느 정도 알려져 있어요. 이러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주변의 친구들이나 선배들보다는 사회에 나가서 실재 그 직업을 가지고 있는 분이나 학과 교수님들을 만나 뵙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내 경우에도 그랬고, 학생들이 고민이 많은 가장 큰 이유는 정보부족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의 고민은 그냥 뇌를 학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니, 정보 없이 머릿속으로 반복적인 고민을 하기 보다는, 구체적인 정보를 얻으려는 활동을 한다보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진로에 대한 방향을 찾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연구실을 들어오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조언 부탁합니다.
A: ‘새로운 분야’를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요.
많은 학생들, 특히 학부생들은 ‘주어진 질문’에 잘 대답하는지에 따라 평가를 받아 학점을 받는 교육을 계속 받아와서, 이미 알려진 분야에서 남이 주는 문제를 잘 푸는 것이 과학자의 우수성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과학이나 인간 사회의 역사를 돌아보면 중요한 연구결과들은 항상 ‘새로운 연구 분야’에서 많이 나왔으며, 세상을 바꾼 연구들은 아예 ‘새로운 분야를 여는 연구’라고 할 수 있어요. 대표적인 예로서, X선 연구를 통해 의료분야의 방사선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연 경우나, 스티브 잡스가 주도한 스마트폰 연구를 통해 새로운 산업분야를 시작한 경우를 들 수 있겠지요. 어떻게 보면, 강의에서 많이 배우는 지식은 어느 정도 연구가 끝나서 정립이 된 분야의 지식을 배운다고 할 수 있기에, 장자 세상에 기여할 새로운 일을 많이 하려면 그동안 접하지 못한 새로운 분야에서 할 수밖에 없어요. 따라서, 앞으로 과학자로서 좋은 일을 많이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주어진 질문에 대한 대답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분야로 들어가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낼 용기를 가져야한다고 생각해요.